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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21 23:01:36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30대중반에 돌이켜보는 인생속의 게임 이야기
*나의 인생, 그리고 그 안의 게임들


어느덧 청춘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만큼 들어버린 나이...
지나온 과거 저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어 몇개를 뽑으라면
저는 서슴치 않고 그중에 하나로 게임이란 단어를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예민이란 가수의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던 저인만큼,
굴렁쇠나 잣서리, 전지낚;시같은 아날로그적인 삶에서 동네 오락실의 스틱이나 버튼,
혹은 XT의 자판같은 디지털 놀이에 익숙해지기란 과부가 외간남자 처음 만났을때만큼이나
서툴고 위험스러웠었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댓가를 지불하고 했던 게임이 '프라이딕스'란 게임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앞 복지상회란 간판을 걸고 있었던 한 문방구점의 30원짜리 흑백게임.
게임기는 두개가 있었고 옆엔 엑스리온이었던가...가 있었는데 그건 왠지 어려워 보여서...
그리고 처음 경험했던 그 설레임에 대한 좌절...크흑.
게임이란 것은 남들 하는거 지켜보는 것만큼 결코 쉽지가 않았었죠.
뒤에서 남들 하는 거 보면 참 쉬워보였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게임에 대한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비행기 3대 죽는데 총 10초 정도나 되었을까 ㅠ.ㅠ)
보통의 그 나이가 경험하는 일상적인 오락실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가 제나이 12살 1985년이었죠.

마치 금단의 열매를 따는 듯한 심정으로 처음 오락실을 들어섰을때 느낀 그 상큼하게 시끄러운 소음과
컬러풀한 환상적인 영상들...오옷 +_+
그때부터 몇년간 경험했던 몇몇가지 게임들을 나열하자면
제비우스, 겔러그, 캐스타, 원더보이, 이소룡, 이까리, 마법사, 슬랩 파이터, ASO등등...
한동안 시간이 제법 흘러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던 테트리스의 시작...
테트리스가 두번째 버전정도 나왔을 무렵엔 오락실에서 여성유저들도 간간히 볼수 있었읍죠.
당시만 해도 오락실의 의미중에서 금녀의 공간이란 어떤 선입견 같은것도 상당부분 있었는데
어쩌다 제가 테트리스를 할때 옆자리에 버르장머리없이 앉아서 동전 넣고 같이 게임을 하던
여성유저분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80년대를 지나고 90년대에 접어들면 테트리스를 능가할 만큼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던 게임
짐작하시겠지만, 스트리트 파이터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파2라고 해야겠지요.
스트리트 파이터 오리지날에선 류만 선택할 수 있었고, 누군가 도전할때 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아니었던가...
각설하고 그 오리지날만해도 커맨드입력이란 시스템을 처음 접했던 시기라
참 게임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장풍 3방이면 게임 끝났었죠^^
하지만 장풍이 그리 쉽게 나가지는 않았다는거;;;
그리고 이어 등장한 스파2시리즈는 정말로 격투게임의 교과서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당시 저는 고;딩때를 한창 질주할 무렵이라서...게임에 대한 열정은
뒤로 할 수 밖에 없었고...ㅠ.ㅠ
(사실은 저희 동네 오락실 어르신끼리 담합하여 그 게임을 들이지 않았다고 후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기판 가격이 부담 되니깐 좀 싸진 다음에 같이 들여놓기로 한게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만)

스파를 그리 어영부영 넘어가고 대학초창기에 만났던 용호의 권 시리즈와 사무라이쇼다운 첫번째..
용호의 권에선 필살기란 개념이 들어서고 그 매력에 아주 푹 빠져버렸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에너지가 거의 3/4정도 줄었던듯 합니다. 커맨드 41236+A,C -O-
아놔...이걸 아직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ㅠ.ㅠ

94년엔 용호의 권과 아랑전설, 국딩시절의 이까리가 짬뽕되어 나온
'게임이란 이런 것이다'를 알게 해준 궁극의 KOF시리즈 첫탄 94버전 ㅠ.ㅠ 아~ 감동감동-_-;;
그런데 거기에 더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해에 제가 군대를 가야 했다는 거...ㅡㅡㅋ
크흑 ㅠ.ㅠ
제대하고 보니 96버전이 한창이고, 곧 97이 대세가 되더군요.
폭주이오리를 너무나도 경멸했던 저로선 베니마루의 그 사기성 캐릭빨로 35연승을 구가하기도 했습니다.

'안선생님~ 영감님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죠...국가대표였을 때 였나요? 나는...난 지금입니다'

정말 그때 만큼은 꿈속에서 베니마루가 나올 정도였죠.
약발 세번에 뇌광권 쓰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지 마라...얍쌉함도 곧 강함의 일부이니라~

KOF98 정도만 해도 가드크러쉬 타임재면서 초필을 먹일 의지!(결국은 의지뿐 ㅠ.ㅠ) 상대를
몰아 부치기도 했었죠.

그리고 KOF시리즈에 이어 약간 나중에 나왔던 버파, 철권 시리즈...
버파는 가드가 버튼이라는 이유로...일찌감치 접었었고
철권같은 경우엔 KOF에 좀 흥미를 잃어 갈무렵...또다른 철권만의 매력에 빠져서...
나름대로 배우려고 꽤 노력했습니다.
그 고수들이 흔하다는 답십리 투투오락실과 구의역 판타지아오락실을 서성거리도 했었습니다.
철권의 매력이란 알고도 할 수 없는 기술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창 철권 태그 연습할때도 잘되던 대초(대쉬 초풍이라고도 하죠;;;)도 실전에선 잘 안들어가고...쿨럭-_-;;
역시 철권도 철권4 버전이후로 접을 수 밖에 없었고...

이후론 DDR이 오락실 게임의 마지막 선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3rd mix까지 참 열심히 했었는데...
아실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고 난이도의 파라노이아 리버스를 상큼하게 클리어 했을때...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음악들이 그리워 혹시 구할 수 없을까 뒤져봐도 만만치가 않더군요.
그때 제나이 스물 여덟이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컴퓨터 게임을 거의 안하던 저를 컴퓨터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
궁극의 게임 '스타크래프트'
99년 말쯤... 사실, 친구들보다 스타를 늦게 배운 축에 속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한밖에 할 줄 모르는 친구였는데, 녀석에게 세종족중에 뭐가 가장 강하냐고 물으니
'프로토스가 제일 강하지~~ '
'오옷~ 그렇단 말이지...그렇다면 나에게 프로토스를 가르쳐 주거라~'
하여 배우게 된 스타크래프트였죠.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그간 경험했던 어떤 게임에 비할 수 없이 스타는 저에게
중독이란 이름이 어울릴만큼 끈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침 스타배운지 한창 재미를 붙여나갈 즈음 등장한 임성춘...
로망의 한방 러쉬...꺄아악~ 그녀들의 환호성에 같이 묻어버린 조용한 나의 응원...
그리고 너무나도 인간답게 스러져버리던 그의 영광의 뒤안길...
그때부턴 저는 그 사람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죠.
나중에 그 사람의 성급한 포기가 아닌가하는 마음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만담가로서, 그리고 해설가로서 인간적인 그의 모습에 예전 좋았던 모습만 기억에 남겨두려합니다.
그의 팬카페에서 비롯된 친숙한 스타 유저들을 배틀넷에서 만날 수 있었고
처음으로 길드 아이디라고 나름대로 아이디를 만들게 된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니까요.
아시나요? 사과나무님? ^^; 제가 아직도 얼마나 그때 그 주변의 사람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

저는 임요환선수를 싫어했습니다. 왜냐? 테란이니깐...쿨럭 -_-;;
사람으로서 임요환선수를 싫어한건 물론 아니고;;
제가 그사람을 개인적으로 얼마나 알겠습니까...ㅡㅡㅋ
하지만 그렇게도 좋아하던 이재훈선수를 무참히 무너뜨리다니~ 나빠요...
하지만...가끔 누군가 게임에 대하여, 그리고 그 게임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안좋은 식으로
몰아가는 누군가를 만날때면 전 임요환선수를 예를 들어 반박하곤 합니다.

열정없이는 절대로 지킬 수 없는 자리가 있다, 너는 언제나 네가 지키고 있는 자리에 대하여
스스로 자신있게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냐고...
임요환선수는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중에 하나라고...
그런 사람을 두고 함부로 아는 것처럼 떠들지 말라고요.

멍청하게 들리겠지만, 캐리김껜 미안한 소리지만...
저는 언제나 캐리어 없는 대 테란전을 소망합니다.
저그한테 무난히 멀티먹고 정면 힘싸움으로 힘들다는 거 안다.
하지만 테란하고 무난히 멀티먹고 힘싸움에 지는건 너무 슬프다.
저의 욕심인거 압니다. 그렇게 된다는건 종족밸런스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그래도..로망이라는게, 낭만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가끔 힘싸움이 그리운 밤이 오면 영종씨를 은근히 부릅니다.

프로리그 변형태전에서 뭐 팩토리 버그였던가, 말도 많았지만
저는 옹호하는 입장에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려 합니다.

'영종씨~ 생산해...어서~~~'

김캐리가 캐리어를 외칠때 묵묵히 게이트를 추가하는 그의 뚝심에 감명받았고
아직도 안 가나요를 외칠때가 되었음에도 투포지 열심히 돌리는 그의 용기에 정말 눈물났습니다.
낭만이 있는 게임을 원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저의 스타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같이 저물어 갈 즈음...

요즘은 카트를 곧잘 하곤 합니다.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어버린 나이...
그 안에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즐비한 카트라이더 모임...
스타트하고 저는 부스터 게이지 겨우 반 모았는데
연타 4번 치고 부스터 하나 채워서 치고 나가는 고수를 옆에 보면
온갖 질투와 착잡함이 가슴을 내리 긋습니다.

그래도 못하지만 재미있으니깐...
못하지만 그래도 당당하니깐...
형편없지만 그래도 노력하니깐...
남들보다 조금 낫지만 겸손하니깐...

이것이 아직 게임을 놓지 못하는 30대의 변명이자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우리 모두 즐거운 게임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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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21 23:03
수정 아이콘
세월과 함께한 게임의 역사~~저도 30줄 넘어서도 스타(게임)하고 싶네요. 이제 3줄 남았네..ㅜ.ㅜ
비롱투유
07/02/21 23:07
수정 아이콘
모처럼만에 정말 재밌는 글을 잘 읽었습니다 ^ㅡ^..
이런 수수한 글이 참 좋더라고요.
추게로~
박대장
07/02/21 23:18
수정 아이콘
갑자기 오락실에서 활톱으로 튕기던 올림픽이 하고 싶어지네요.
Hindkill
07/02/21 23:20
수정 아이콘
용호의 권 1탄에서 용호난무 커맨드는 "236 + C, A" 입니다...
딱 한번 성공해본 기억이 나는 군요...
라이프 게이지 25%까지 데미지를 받아본 경우가 드물었는지라... ^^;
07/02/21 23:47
수정 아이콘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 스파2부터 비슷한 게임을 해왔네요
붉은낙타
07/02/21 23:55
수정 아이콘
참 멋진 글이면서 향긋한 옛추억이 나는 듯하네요..

오랜만에 향수를 느끼게 해준 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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