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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1 11:15:53
Name 산적
Subject 황제라는 이름의 헝그리 복서.
처음에 테란의 황제라는 이름을 달고 그가 한빛배와 코크배를 휩쓸고 나서 스카이배를 맞이 할때 였습니다.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김동수의 승리를 간절히 바랬었고. 제 바람에 답변이나 하듯이 가림토는 황제를 이기고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갔지요.

그때 제 친구는 임요환 선수가 KT왕중왕전을 위해서 한 리그는 쉬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가 그냥 무시했던 기억도 납니다.ㅡ.ㅡ;;

결국 KT왕중왕전은 제가 좋아하는 조정현 선수가 결승에 올라서 그의 승리를 잔뜩 기대하긴 했지만 결국 이벤트전의 절대강자 홍진호 선수의 우승으로 끝이 났고 그 이후로 임요환 선수는 엠비시게임(당시 겜비씨) KPGA투어 에서 우승하고는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황제의 시대는 끝난 줄 알았죠.

하지만 그 이후로도 그는 이전 황제의 위용에 걸맞는 우승자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드라마를 선사하며 간혹 호성적을 올리곤 했습니다.(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어도 말이죠.)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그에겐 황제라는 닉네임은 정말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저는 그를 그저 개념이 아직 잡히지 않은 시대에 나타나 먼저 가장 좋은길을 선점한 그런 선수라 생각했습니다.

예를들면 프로야구 같은 스포츠 초기에 아직 체계적인 트레이닝 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절에 나타나 먼저 개념을 정립하고 호성적을 올려 전설이 되고 이제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서서히 저물어가는 그런 스타들 말이죠.(물론 이런 스타들 정말 훌륭합니다. 이런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스포츠가 점점 발전하는 것이지요.)

임요환 선수 역시 그렇게 나타나 그렇게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물론 10년 남짓한 짧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역사에 그런 것을 말하기엔 너무 성급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이 바닥은 다른 스포츠보다 너무나 짧은 선수 생명력을 보여 왔기에 저는 그저 그가 황제라는 이름이 걸맞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서서히 화려했던 이름만 남기고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제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가 정말 테란의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올렸을 때도 그의 플레이는 언제나 처절했다는 것을......

그를 지탱한 모든 것은 화려한 컨트롤과 번뜩이는 전략,전술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었다는 것을......

그러기에 그는 프로게이머 생활 역시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그는 마치 언제나 도전 할 수 있는, 쓰러져도 일어 날 수 있는 헝그리 복서와 같은 마인드의 소유자가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 어떻게 보면 좀 우습기는 하군요.

50만이라는 대규모의 팬과 높은 연봉과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헝그리 복서라니......

하지만 그렇게 약점을 지적 받고, 신예들의 기세에 도전 받고, 안티들의 공격에 스트레스를 받고도 비록 느리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그것을 극복해 가는 것을 보면 그가 정말 높은 위치에 쉽게 도취되지 않고 언제나 도전자 정신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는 다시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 하였습니다.

비록 저는 프로토스의 가을의 전설이 계속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영종 선수를 응원하겠지만, 그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를 바랍니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헝그리 복서의 근성을 다시 보여 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이 패배를 하든 승리를 하든 당신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신의 삶에 대해 훌륭한 자세를 가진 한 남자에 대한 찬사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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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군
05/11/01 11:18
수정 아이콘
BOXER, 당신이 처음으로 3회 우승을 달성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신영
05/11/01 11:21
수정 아이콘
그의 승부사 근성은 언제나 헝그리 복서죠. 천성적인 거 외에도, 인기라든가 인지도, 아이콘으로서의 사명이 그를 압박한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버릴거다~
05/11/01 11:24
수정 아이콘
누가 그러더군요...2001년까지의 박서는 황제였지만 2002년도이후의 박서는 잡초였다고...
결승진출...준우승...슬럼프...극복...결승진출...준우승...슬럼프...극복...무한반복...-_-;;;
Q(˝Q)아웃복서~
05/11/01 11:33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가 소름이 다 돋는군요..;;;
박서 화이팅입니다.
꼭 우승해야죠.
05/11/01 11:34
수정 아이콘
작년 이맘때쯤에는 그의 우승을 너무나도 바랬습니다. 어떻게 올라간 결승인데, 어떤 심정으로 맞이하는 결승전인데...무조건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다시한번 황제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을 향해 외쳐주길 너무나도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약간 마음이 틀리네요... 이젠 그 녀석이 꼭 우승하지 않더라도 그 녀석은 언제나 그렇듯이 건재할 거라는 걸 알겠습니다. 저만 조바심 냈을 뿐, 녀석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신명나게 게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선수 모두 후회없는 한판 승부라면 이젠 되겠습니다.
BoxeR!!! Fighting!!!!!
메딕아빠
05/11/01 11:56
수정 아이콘
영원한 박서의 팬이지만 ...
솔직히 박성준 선수에게 듀얼에서 패하고 ...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했을 때 ...
이젠 힘들겠구나 ... 라는 생각을 솔직히 했었습니다 ...

하지만 ... 또다시 스타리그 결승무대에 오르네요 ...
박성준, 박정석, 박지호 ... 쉽지 않았던 상대들을 꺾고 ...
결승무대의 한켠을 차지하게 된 ... 박서의 모습에 ...
또 한 번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

박서의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
박서의 팬이라는 것이 ... 너무 좋네요 ...^^
박서 파이팅~
안개사용자
05/11/01 11:59
수정 아이콘
좋네요. 좋아요.^^
요새 요환선수 생각에 살 맛 납니다.
단지 결승전에 가지 못할 거 같아서 서글프네요.
우승이라도 덜컥 해버리면 그걸 현장에서 보지 못했다는 것때문에 아마 평생 후회할지 모르는데...ㅠㅠ
i_terran
05/11/01 12:51
수정 아이콘
"황제라는 이름에 만족했다면, 여기에 있지 않았다. 한계와 승부하고 불가능에 투쟁하는 복서. 임요환. "
요게 이번 CYON MSL 대진지명식 때 소개멘트였습니다.
Reaction
05/11/01 13:25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에게 준결승에서 패하고 황제옷을 벗어던진 박서의 아비터를
드랍동에서 보고는... (이때가 맞나요? 가물가물...) 황제라는 이름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짐을 지게 했는지 알수가 있더군요.

박서가 우승을 하지 않아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계속한다면
전 계속 그의 팬입니다. 박서가 포기하기 전까지... 아니 그가 포기하더
라도 저의 젊은날을 미친듯이 열정적이게 만들어준 박서이기에 계속 그
의 팬이 될것입니다...

우승합시다~ 박서!! 팬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박서 자신을 위해서 우승을
바랍니다! 박서 영원히 건재해주길 바랍니다~
05/11/01 13:56
수정 아이콘
매우 와닿는 글이네요..
저에게 스타크래프트의 게임으로서 e스포츠로서 가장 재미를 느끼게 하는 선수는 박성준 선수입니다만..

임요환.
황제라는 별명에, 최고 인기 스타지만.. 항상 도전자의 마음가짐,모습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그의 모습에 어느샌가 빠져들고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 정말 많이 공감이 가네요..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신의 삶에 대해 훌륭한 자세를 가진 한 남자에 대한 찬사로 말이지요."

팬의 모습이 아닌, 마음 속에 담아 놓고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저에게 황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의 "영웅"이기도 합니다.
풀오름달
05/11/01 14:02
수정 아이콘
Reaction님/ 감기약 기운에 멍~~ 하니 보고있다가 님글읽다 어.. 어.. 아비터... 아비터.. 먼가 이상한데.... 생각해보니 '아바타'군요 호호호 요새 아비터가 경기중에 너무 흔하게 나와서 헷갈리셨나봐요
XoltCounteR
05/11/01 14:07
수정 아이콘
에버2004때는 진짜 간절했습니다...너무오랜만에 올라온 결승이라...-_-;;
심지어 최연성선수를 향해
'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잔아...한번만 봐줘...-_-'
라고 생각하기도....(그때 최연성선수의 포스는 진짜 맘먹으면 우승할 수 있는 포스였죠...)

이번 결승은...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3시즌만에 다시 선 결승이고...
에버2004때의 덜덜덜한 마음도 덜하고..^^;;설령 이번시즌에 우승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올라 올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가루비
05/11/01 14:10
수정 아이콘
지금은, 그가 우승이든 준우승이든,

... 그사람이 넘어져도 응원할것입니다.
그게 제가 해줄수 있는 다인가 봅니다. :)
sunnyway
05/11/01 15:10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요환선수의 경기 스타일 때문에 황제'라는 호칭보다는 '박서'라는 말을 언제나 사용한답니다 ^^
게다가 그가 황제이던 시절은 잘 알지도 못해서.. ^^;;

팬이지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향상된 경기력으로 다시 결승전에 간 박서의 모습을 보니, 그가 걸어온 길 그 자체가 전설이 아닌가 합니다.
박서, 화이팅 ^^)/
05/11/01 15:39
수정 아이콘
그냥 박서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지요.
박서 다시 한번 저를 울려주세요!!! 우승으로^^
Reaction
05/11/01 15:52
수정 아이콘
흠... 아비타-->아바타군요...
요즘 아비터가 대세라 나도모르게 그만...
암튼 박서!! 화이팅입니다!!!
세츠나
05/11/01 19:57
수정 아이콘
언제나 도전자의 정신! 더 파이팅 같습니다...^^
제리드
05/11/01 20:06
수정 아이콘
소름이 돋죠...
만화 주인공이라고 쳐도 너무 이상적인 스타일+.+
05/11/02 01:16
수정 아이콘
그렇게 떄문에 황제죠 ㅡㅡ;;
근성의 황제.... 노력의 황제........ 그러니 아직까지도 초고수 급에 이름을 남기고 있는 것이고
20th Century Baby
05/11/02 01:59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는 정신력이 대단한 선수입니다.
박지호 선수에게 박지호 스피릿이 있다면 ( 밀어부치는 정신이라고 할까요 )
어떤 상황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근성 이런게 임요환 스피릿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4강에서는 박지호 스피릿과 임요환 스피릿의 제대로된 한판이었구요
결국 포기하지 않은 임요환 스피릿의 극적인 승이었죠
오영종 선수와의 경기는 어찌될런지..
다시한번 상당히 처절한 경기가 나올것으로 예상되네요;;
05/11/02 09:10
수정 아이콘
황제이기 이전에 복서입니다.
복서의 경기는 처절해서 좋습니다.
낚시를 할때, 사람들은 손맛이 좋아서 한다고 합니다. 전 해본적 없습니다-_-;
명경기공장장 임요환선수가 이번에도 명경기를 만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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