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쳐다보니 요즘 희한한 사건이 하나 있더군요

군대에서 갓 제대한 사람이,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는데 위암 말기로 시한부선고를 받았답니다. 군복무중에도 배가 자주 아파서 갔더니 위궤양이라고, 한달치 약 준게 고작이었다는데, 제대하고 보름만에 갔더니 왜 이제야 왔냐고 했대요. 그리고 사건이 알려진 후 군대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뭐 인터넷 기사야 다들 보셨을테니 굳이 링크를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군의 대처나 뭐 이런 것들. 조악한 황색언론이 뭐라고 보도하는지는 크게 상관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비슷한 경험이 한 가지 생각이 나는군요.

제가 제대하기 말년휴가 나가기 3~4일 전의 일입니다. 갑자기 미칠듯이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더군요. 근데 이게 저만의 일이 아니더라구요. 나중에 조사를 해 보니 거의 절반 가까운 중대원들이 설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장난아니었죠. ㅡㅡ;

아무튼, 선임분대장 자리를 내놓은지 며칠 안 되는 터라(좀 꼬였죠.ㅡㅡ;) 행보관 찾아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중대원들이 40명이 넘게 배가 아프단다. 병장들만 아픈 것도 아니고, 군인이 뭐 특별한 거 먹는게 있겠냐? 결국 병식당 음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이런 내용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아주 깨끗이' 씹혔습니다. 거기다가 공교롭게도 그 행보관은 병식당 관리관까지 겸하고 있었죠. 결국 전 이틀동안 무려 60여번의 설사를 하고 삼일 동안 몸무게가 전혀 과장없이 5KG이 빠졌습니다. 사실 제가 한 병장 2호봉 정도였더라면 무언가 조치를 취하고 싶었습니다만, 말년휴가 3일전이었다고 얘기했죠? 몸 사렸습니다. 죽을 거 아니면 대충 시간 때우다 나가자... 뭐 이런 속물적인 이기심의 발로였죠. 부끄럽네요. ^^;

아무튼 앞선 인터넷 기사와 같은 걸 볼 때마다 느끼는 게, 개인과 집단의 성질은 참 다르구나 하는 겁니다. 그 행보관도 얼굴 맞보고 이야기하면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참 재미있고 따듯하고 남자다운 사람인데.....

서양에서 어떤 철학자가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홉스던가? 기억 안 납니다. ㅡㅡ;)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도덕성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는 착하고 좋은 사람도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의 정신에 따라 정말 다른 사람,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비단 군대뿐만이 아닙니다. 군대문화를 기본바탕으로 하는 회사, 학교, 다른 이 나라의 대부분 조직들이 그런 성향이 짙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일로 사회의 군대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질 것 같네요. 저 역시 군대문화 싫어하지만, 이런 주장을 자꾸만 병역 기피의 구실로 이용해먹는 사람들이 늘어나 안타까운 요즘 이런 사건이 터져 더 씁쓸합니다.

대한민국 군대.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