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예전 유열씨의 ‘화려한 날은 가고’라는 노래를 좋아했었죠. 당시 유열씨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는데, 요즘은 뭘 하고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활동 열심히 하는 것인지... 티비를 보지 않은 지 3년이 넘었습니다. 전에는 가끔 집에 가서 WWE라도 봤었는데, 요즘은 집에 가서도 게임방송만 보죠. 그래서 최근에 어떤 연예인이 뜨는지, 어떤 가수가 뜨는지도 모른답니다. 동방신기 노래를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고, 군대에서 인기라는 채연씨의 춤을 본 적도 없습니다.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요.
  각자가 자신만의 화려한 날을 보내고 있겠지요. 그리고 또 그 당시를 기억하고 있겠지요. 지금 E스포츠가 화려한 날을 보내고 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날을 아쉬운 마음  속에서 회상하는 날이 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상할 틈도 없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지요.

  결혼합니다.
  34라는 숫자가 35로 넘어가기 한 달 전에 드디어 제 짝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솔직히 아직은 제 인연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을 만큼 얼떨떨한 상태입니다.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버려서요. 결정하고 결혼식까지 잘해야 3개월쯤 걸렸으려나요? ^^
  결국 제 화려했던 솔로생활도 가는군요. 기분 내키면 이것저것 사대곤 하던 홈쇼핑 중독증도, 새벽까지 만화를 보며 유유자적 지내던 것도, 기분 좋게 그어대던 카드의 사용도 모두 같이 가버리겠지요. 하지만 그러함에도 결혼을 한 사람들은 ‘그래도 결혼은 해볼만 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늦장가라서 솔로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거의 다 누렸다는 생각도 있구요. 다만, 배우자가 될 사람과 제대로 된 연애도 거의 해보지 못하고 결혼하게 되어 조금 미안할 뿐이지요. 아마 스타방송도 더 보기 힘들어지겠지요?

  신혼여행은 호주로 갑니다.
  앵무새를 기르고 있는데, 그 녀석들 고향이 호주라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거든요. 결혼할 아가씨도 새를 좋아해서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아서요. 10시간동안 어떻게 버틸지 벌써부터 하늘이 노랗습니다. 괜스레 조류독감에 대한 생각도 나고, 아직 테러가 일어나지 않은 곳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나 전 우리나라가 제일 좋습니다. 집 나가면 그저 고생이죠^^

  회사도 이사를 갑니다.
  역삼동에 있어서 퇴근만 하면 10분 안에 도착했던 코엑스.... 정말 좋았었지요. 하지만 이번에 멀리 가게 되서 회사 퇴근하고 코엑스에 가면 게임 절반 이상이 끝나버릴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긴 요즘 결혼준비에 바빠서 코엑스도 거의 가지 못하고 있네요. estrolls님께 허락을 받고 김정민 선수 이미지로 티셔츠를 프린팅 했는데, 아직 사인을 받지 못했네요. 그거 입고 신혼여행도 갈 생각입니다.^^ 흠, 그러고보니 전에 이벤트로 받은 WEG 패드에도 장재호 선수 사인 받아야 하는데... 괜히 마음이 급하네요^^

  엠비씨게임과 온게임넷 모두 3개월짜리 정액권 끊어놨다가 돈만 날리는군요. 요즘 정말 게임방송도 거의 못보고 있거든요. 일주일 내내 스타방송을 하니 조금은 벅차기도 하구요. 일주일만 지나쳐도 수십 게임을 보지 못하게 되곤 하니 예전처럼 주말에 몰아서 볼 수도 없고, 또 주말에 보려고 해도 결혼준비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시간이 다 가버리니... 그래서 자주 가던 채널도 가지 못하는군요. 이러다 정말 스타 자체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아니 벌써 멀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스타를 취미 그 이상으로 생각하던 때에서, 점차 단순한 취미로 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엄청난 양의 방송으로 인해 떨어진 희소성,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는 선수들과, 제 나이 절반도 되지 않는 학생들에 늘 둘러싸여 있는 나이어린 스타플레이어들, 그리고 그토록 좋아했던 올드게이머들의 연이은 은퇴소식까지... 그런 복합적인 것들의 작용인 것 같습니다.

  피지알에도 자주 들어오지 않는 것 같군요.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사이트의 분위기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들에 의해서 언제든지 바뀌어가는 것이고,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흥미가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더욱 과거를 회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망각이라는 훌륭한 도구는 항상 지나간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버립니다만, 그때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모두 다르니까요. 그저 이 사이트를 통해서 선수들의 동향을 알 수 있고, 각자의 게시판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을 통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이제 결혼이 한달도 남지 않았군요. 가뜩이나 잘 들어오지 않던 이곳에 한동안 아예 발길이 끊길 것 같네요. 결혼 끝나고 여유 생기면 다시 들르겠습니다. 늘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