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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0/16 07:25:57
Name 시퐁
Subject 워3 게시판, 정일훈님의 글을 보셨습니까?
지금 시간 4시 57분, 새벽입니다. 가을이 너무 깊어 벌써 겨울을 기억할 만큼 우리는 더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여름이 끝나고 낙엽이 떨어지며 우리는 지난 사랑을 되새기기도 하고 얇은 옷을 박스에 넣으며 뜨거웠던 날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다가올 추위를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 길고 무거운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두기도 합니다. 사람이 보내는 시간이란 이렇습니다. 그 흐름이야 숫자를 대하듯 본다면 단지 몇주일이나 몇달의 흐름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추억이 존재하고 감상이 존재하며 희망이 존재하는 이상 시간의 이동이 규칙적일지라도, 때로는 차를 저어가듯 고요하게 혹은 파도를 타고 오르듯 격렬하게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눈을 뜨면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슬램덩크의 감동에 좋아하게 된 농구대잔치를 보며, 염종석 선수의 투혼에 불탄 롯데의 경기를 보며, 좋아하게 된 선수들에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두르고 주먹을 치켜 세우며 응원했던 중고교 시절의 하루하루를. 그 당시를 살아온 분들은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이 걷고 싶은 음악의 길을 걸었던 서태지의 숨은 노력을 알고 있었고, 기나긴 공백 속에서도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 '농구가 하고 싶다'며 스승 앞에서 무릎꿇은 정대만의 투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감동하는 포인트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라면만 먹으면서도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 열판, 스무판을 매달렸던 임요환 선수의 독기가 담긴 비화는 이미 모르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게임 하는 것을 믿어주고 뒷바라지 해준 어머니에게 서지훈 선수가 우승 이후 울먹이면서 내민 한 마디 '엄마, 사랑해요' 이 장면을 보고 감동에 함께 울먹거리신 분들도 있을 것이구요. 다른 이가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또한 주변의 모든 이들이 무리라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미쳤다고까지 비난하는 길을 걸어온 게이머들이 있고 그들은 혹독한 현실 사이에서도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마우스에 손을 대었고 굶주림을 참아가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우리에게 눈물과 영광을 받는 자리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정일훈님도 그러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게이머는 아니었지만 E-Sports의 역사와 함께 걸어오신 분이고 한국에서 태동한 E-Sports를 세계속으로 뻗어나가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비단 정일훈님뿐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분들의 피땀이 그 길에 동참해왔고 함께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게이머들의 놀라움을 넘어 감동을 주는 플레이 바깥에는 그 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의 길을 의심하지 않는 믿음이 녹아 있었고 그분들이 있었기에 게이머들은 스스로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드러난 노력들과 숨은 노력들이 모두 더해져 우리는 매일 매일 환호하고 즐거워하고 탄성을 지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간, 6시 51분 아침입니다. 새벽에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아침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해 온 역사도 그와 같습니다. 시작은 미명과 더불어 했지만 어느새 해가 나고 있고 주변의 많은 것들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 해를 끌어올리고 우리에게 아름다운 아침을 선사하기 위해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분들은 밤 새워 등을 켜고, 온 힘을 다해 길을 닦았습니다. 안선생님의 말처럼 '포기하는 순간이 시합 종료'라는 것을 알기에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고 땀방울 하나하나에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E-sports의 감동을 주고 이제 세계속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다시 새로운 길을 열고 계시는 분들이 있고 그 분들이 이야기하듯 모두가 '예'라고 한다 해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믿음과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닥쳐올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고 즐거워합니다.

E-sports를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만들어진 것만을 즐겨서는 안됩니다. 한국 게임 리그의 역사에는 리그를 만드신 분들이나 방송에 내보내신 분들이나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게이머분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노력에 감동하고 환희와 찬사를 더했던 관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옵니다. 우리는 그들의 겨울에 따뜻한 옷이 되어주어야 하고 그들의 어둠에 등을 밝힐 기름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이때까지 그래왔고 그리하여 많은 주류들이 예상하지 못한 지금의 즐거움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 즐거움을, 이 열정을 언제까지고 가까이하고 멋진 추억으로 남게 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꿈꾸는 다른 것들에도 지금까지처럼 환호하고 감동하며 지속적인 믿음과 관심을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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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teRraN
05/10/16 07:52
수정 아이콘
크아.. 필력이..
☆FlyingMarine☆
05/10/16 08:00
수정 아이콘
갑자기 일훈님의 "해 ~ 쳐 ~ 리 ~ 해 ~ 쳐 ~ 어 리 ~깨집니다!"가 듣고싶군요, 정말 좋았는데...
아케미
05/10/16 08:22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E-sports 파이팅!!!
단류[丹溜]
05/10/16 09:42
수정 아이콘
WEG 어디에서 하나요?
이제 저도 워3 즐겨보렵니다.; 메가도 가고 응원도 하고.
아무래도 정일훈님의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조금 더 일찍 알아채지 못했을까;

근데- 여자가 배우기엔 워3는 너무 어려워요T_T 노력을 해야겠죠ㅠ?
채널지나치면서 대충 본것만해도 20경기가 넘어갈텐데.. 대충 아는것도 없다는;
아케미
05/10/16 09:43
수정 아이콘
단류님//워3 방송은 MBCgame(현장은 당연히 세중이구요)에서 합니다. 카스 방송은 KMTV에서 하구요.
워크초짜
05/10/16 09:44
수정 아이콘
단순히 보기보다는 아는 사람과 같이 하면서, 이게 뭐야? 이건 뭐지? 이런식으로 계속 실행하는 것도 중요해요 ^^

저도 처음에 아이콘 딸때(25승) 100패 넘었습니다 ^^
악플러X
05/10/16 09:52
수정 아이콘
막말로 e스폿이 없었다면 kbs 아침 프로에 나오는 게임 중독자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었겠지
낭만토스
05/10/16 11:17
수정 아이콘
저는 처음 아이콘딸때 50%의 승률이었는데 그럼 전 천재게이머인가요? 농담입니다. 일훈님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할 수 있는거라곤 워3에 관심을 가지는 것 뿐이네요. 음...
얍삽랜덤
05/10/16 11:25
수정 아이콘
아이콘 곰드루 처음 찍었을때 승률 70프로 팀플중심으로 하면 고승률이 보장 됍니다.
얍삽랜덤
05/10/16 11:28
수정 아이콘
휴 워크 확장팩 나오고 나서 더 망한건 같다는;; 그 많던 클랜들이 다 사라지고 ㅜㅜ 제작년 진짜 워크 오리지날때 스타보다 훨씬 열심히 했는데 밤에 몰래 아이티비 워3챔피온쉅을 보단 생각이 나네요
05/10/16 11:31
수정 아이콘
원래 워3같은 게임 수명이 정상이죠 -ㅅ-;
원래 e-스포츠란게 한 게임을 2-3년 동안 돌리고
계속 종목을 바꾸는게 정상일 듯 한데
너무 스타처럼 되기를 바라는거 같아요, 어차피 위처럼 되지도 않는거같지만 ㅡ_ㅡ;;
야크모
05/10/16 12:53
수정 아이콘
시퐁// 남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좋은 글입니다. ㅠ_ㅠ

아직 못보신 분이라면 워3 게시판에 가서 꼭 읽어보시길...
(글도 많이 안올라오는 게시판이라, 아직 첫 페이지에 있을겁니다)
같은 사이트라 퍼오기도 민망하고... 정일훈님의 글을 추게로 보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정테란
05/10/16 13:54
수정 아이콘
저는 정일훈씨를 가끔씩 욕하는 사람 도저히 이해가 안가더군요.
해설자마냥 나선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임요환선수와 더불어 정일훈씨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이런 명경기를 보며 감동을 느낄수 있었을까요?
제발 개념없이 e스포츠에 공헌하신 분들에게 감사는 못할망정 어이없는 욕은 하지 맙시다.
My name is J
05/10/16 13:58
수정 아이콘
뭘 꿈꾸고 뭘 바라고 있는지.
뭘 보고 뭘 보기를 원하는지.
그 열정과 꿈이 달려가는 그곳이 어딘지.

당신의 소년을 보지는 못했지만
늘 내가 보고 늘 내가 감동하는 그것이 당신의 소년이란 것을 압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마이크를 놓지 말아주세요..


좋은분이 그 바탕이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그에게 힘을 실어줘도 좋을것 같습니다.
22일 토요일 개막식에서 많은 분들을 뵙고 싶네요.
그때 1차리그때처럼. 이렇게 묵묵하게 미래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 여기 이렇게 지키고 있다고 손이라도 흔들어줘야 하잖습니까.
05/10/16 16:41
수정 아이콘
웬 kmtv -_-;;; 거기도 회원가입 해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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