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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3 20:45:02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잡담]시인 유하가 그리워지는 밤...
*사랑의 흔적

                                                                유  하


생선을 발라 먹으며 생각한다
사랑은 연한 살코기 같지만
그래서 달콤하게 발라 먹지만
사랑의 흔적
생선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구나
나를 발라 먹는 죽음의 세상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열애가 지나간 흔적 하나
목젖의 생선가시처럼
기억해 주는 일
소나무의 사소한 흔들림으로
켁켁거려 주는 일
그러나 이 밤의 황홀한 순간이여,
죽음의 아가리에 발라 먹히는
고통의 위력을 빌려, 나
그대의 웃음소리로 잎새 우는
서러운 바람을 만들고
그대의 눈빛으로
교교한 달빛 한 올 만들어 냈으니
이 지상 가득히
내 사랑의 흔적 아닌 것 없지 않는가
땅의 목젖 내 한 몸으로
이다지도 울렁거리지 않는가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유하 시인이 낸 이 시집에 수록된 몇몇 시들과 그외 발표된 유하의 시들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풋, 사랑입니다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어느날 부터인가 그 유하의 새로운 시들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말죽거리 잔혹사의 감독이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으로 그는 다시 나타났죠.

별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입장이었기에 개봉당시나 그 이후로도 꽤 오래 영화를 보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 어느날 한 유머사이트에 올라온 영화의 일부를 패러디한 동영상...

'대한민국학교 다 족구하라 그래~'

그게 참 웃겨서 영화 전체를 불법(-_-;;)다운 받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전의 유하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두번째 봤을 때 어느정도 비슷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세번째 봤을 땐 어렴풋하나마 그 사람의 생각에 근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운 건 감독 유하가 아니라 시인 유하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신작으로 읽어 볼 수있는 기쁨이란~


P.S 시집 한 권 값 5000원은 참 싼 편입니다. 짧으면 일,이년...
길면 수십년이 될수도 있는 동안의 고통과 번뇌와 속죄...그리고 세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깃들어 있는 개개인의 흔적들을
단돈 5000원에 그럭저럭 가까이 다가갈수 있다는 그 얼마나 염치불구한 노릇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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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13 20:47
수정 아이콘
말죽거리 감독하신 분이 원래 시인이셨나요?
라이너스
05/08/13 21:05
수정 아이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라는 시집 보고 나서...유하시인이 똑같은 제목으로 영화 만든다고 해서 기대 했는데..
보고나서 OTL....
05/08/13 21:17
수정 아이콘
솔직히 영화는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되긴 하던데 말입니다 ;;
senorita
05/08/13 21:30
수정 아이콘
말죽거리 잔혹사 단순 학원물이상으로 좋게봤는데
결혼은 미친짓이다도 유하감독님꺼 아닙니까?
두작품 다 좋게봤는데
꿈트리
05/08/14 01:01
수정 아이콘
원래 유하님의 첫 시집인 '무림일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영화에 관심이 많은지 잘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올리비아 핫세를 좋아한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말죽거리~'에는 핫세를 닮았다는 여주인공이 캐스팅되기도 했구요.
어쨌든, 멋진 시인출신 영화감독이 한 명쯤 있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별마을사람들님 말씀대로 중간에 새로운 시집을 한 권 더 볼 수 있으면 더 좋겠구요.
별마을사람들
05/08/15 00:53
수정 아이콘
한편 생각해 보면, 류시화시인 말고는 딱히 시만 써서 목구멍에 풀칠하는 시인이 우리나라엔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이게 당연한 건지, 아니면 이상한 건지...글쎄요.
전 아직 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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