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세력에 대한 반감이 아주 큰 사람입니다. 

군사정권의 범죄를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좀 심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국체(일본식 표현이긴 하지만)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가 추대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5.18 문제 관련해서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찬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국체는 4.19와 5.18의 피로써 세워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이 서구세계와 나란히 함께 하며 이들의 기차관을 공유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관"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현재 집권여당이 맘에 드는가... 

처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아주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개혁하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던 부분도 있었고, 특히 2017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던 남북관계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전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집권여당으로 보여준 능력은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아주 나이브한 경제정책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그들이 "국시"로 내세웠던 적폐청산 또한 모순으로 가득찼습니다. 경제정책의 미스나 검찰개혁의 미스 특히 조국을 둘러싼 갈등은 제가 굳이 여기서 부연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이미 비판하였고,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한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이들 비판에 대해서 대부분 공감하는 편입니다. 특히 운동권 세력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문제가 있고 오히려 삼성을 밀어주고 국민적 반대를 무릎쓰고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니라 [팬덤의 정치]입니다. 극단적 지지자 (여기에 홍위병이니 문빠니 등등 다양한 멸칭이 있는데, 그러한 멸칭이 특별히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들의 행동을 제어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 부추기는 면을 보면서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사실 실망을 넘어 아주 우려하였고, 그리고 우려가 실재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공론장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혐오 표현이 난무하며 정치가 아니라 신앙간증만 남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신앙간증으로 정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야당 또한 처참한 수준입니다. 혐오의 정치나 대안 없는 비판 그리고 국가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경솔한 발언들 (특히 북한이나 중국 등 Grand Strategy가 걸려 있는 부분에서) 은 이들이 과연 집권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본 메이지 유신 직전 서양오랑케 다 죽여버리자고 했던 이들이 집권하고나서 누구보다 친서방세력이 됐던걸 보면 그냥 정치라는 게 이런걸지도...)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또 대중과 교감하는 능력이 아주 떨어집니다. 사실 후보자 토론회 당시에 진작 눈치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은 그가 강력한 집권의지를 갖고 당선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추대된 사람이지, 권력을 쟁취한 사람이 아닙니다. 추대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챙겨줘야할 세력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내세운 포부와는 달리 모순되는 행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말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시기에도 카메라 앞에 전면 나서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대통령제를 갖춘 나라에서 대통령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카리스마]입니다. 따라서 카메라를 두려워해서 안되며,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 보면 우리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통령이 아니라 무슨 독일 같은 의원내각제의 대통령 같습니다. 그만큼 뭐랄까... "Aloof"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유명한 "마크롱"의 경우 대중과 스킨십이 잦고, 즉흥연설을 굉장히 많이 하며, 국가의 중심적 사안 관련 아주 저돌적으로 일을 추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지만 대신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정면돌파하고 자기 입장을 계속 설명합니다. 침묵하거나 숨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드는 편인데, 김형오 체제 아래서 미래통합당이 혁신하는 것을 인상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번에도 김형오에 대한 생각을 여기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죠. 아무튼 그를 보며 김종인 체제 아래서 혁신했던 민주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통합당에 표를 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미래통합당의 코어는 여전히 제가 생각하는 "국체"에 반하는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어느 세력이 되든 간에 혐오의 정치와 광신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대국적으로 사고하며 협상할 줄 아는 세력이 다수를 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당에 헌신하며 자라온 정치꿈나무들이 아니라 기업가, 전문직, 해외파 등을 우대하여 이들이 최소 국회 과반 이상을 점할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합니다. 보좌관 출신이나 당직자들은 결국 그 판에서 더럽혀질대로 더렵혀진 사람들이라 딱히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 다양한 필드에서 뛰었던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보다 생활밀착형 정치가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인물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는 파이터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그리고 국무총리를 역임하여 의회정치와 행정부를 통한 통치 모두 경험하였으며, 민주당 내 딱히 계파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 어떤 이념적 집착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가 그 분 속에 들어가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본 적은 없지만, 최소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 중에서 어떤 큰 비극 (ie. 노무현 대통령을 죽인 검사집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착) 이나 큰 흠결 (ie. BBK로 대표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거대한 비리) 이 없고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다져온 현실주의적 감각 등이 현재 수권가능한 인물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지 모르나, 아마 여당은 결코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총선결과가 어떻게 됐든지 간에, 차후 대선에서는 "리더십" 있고, "현실주의적" 감각이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더는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지녀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 지도자가 차후 대권을 잡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