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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4 16:34:06
Name 하루빨리
Subject [일반] 이번 제주도 지역 총선 복기를 개인적으로 해봅니다.
어제의 기쁨을 계속 이어가고자 총선 관련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뭐 전국 총선 결과 분석을 잘할것 같지도 않고 또 이미 전국 총선 결과 분석은 여러군데서 하고 있어서 저는 그냥 제가 살고 제가 그나마 잘 아는 제주도 지역의 총선 복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 저의 지난 예상을 돌아보자면 3월 25일에 더민주 1석 새누리 1석, 서귀포 모름을 예상했습니다. (https://cdn.pgr21.com/?b=24&n=1229&c=78443 ) 그만큼 제주을 지역의 부상일 후보가 꽤 강력한 카드였거든요. 설에 촌(이라 적어도 같은 지역구 크크크)에서 이야기 들리는것만 해도 부상일이 이번엔 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공천이 마무리 된 4월 1일에는 김우남 의원이 더민주 선대위에 힘을 보태지 않는단 가정하에 새누리 1 더민주 2를 예상했었고(https://cdn.pgr21.com/?b=24&n=1363&c=83541 ), 후에 김우남 후보가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한단 기사를 늦게 접하고선 제주 을 지역을 판단 불가로 봤습니다. 오영훈 후보의 약점은 도심 바깥의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였고, 이걸 김우남 의원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들이 있었거든요.
4월 6일에는 제주 갑의 양치석 후보 재산신고 누락과 이 이슈에 새누리당이 헛발질 하는걸 보면서 강창일 후보가 무난히 4선할거라 확신했고요. (https://cdn.pgr21.com/?b=24&n=1463 )

이렇게 돌아보고 나니깐 이번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래도 더민주가 3석을 지킨 이유가 보입니다.
1. 덩치만 컸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새누리 선대위
초반만 해도 우근민, 김태환 조직이 새누리당 선대위에 들어감으로서 세결집이 확실히 될것으로 보였으나, 지금와서 보면 관권선거 이미지만 키웠다는 분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주 갑 지역에서의 어이없는 헛발질은 선대위가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하는건지 낙선시키려고 하는건지 의문일 정도로 엉망이였죠. 심지어 선대위에 참가 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명단이 올라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결국 덩치만 키워봐야 속이 썩었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걸 제대로 보여줬죠.

2. 김우남 의원의 역할
제가 더민주 선대위 내부사정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김우남 의원이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맡았단 소리는 별것 아닌것 같아 보여도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호재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정의당을 뺀) 다른 정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더컸유세단의 존재였습니다. 당이 정무적으로, 권력지형상으로 인해 내쳤어도 여당 과반을 주면 안된다는 목적 하나로 당을 위해 움직인 유세단이였죠. 김우남 의원은 제주도에서 이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항상 이런 꼴만 봤던 입장에서는 김우남 의원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https://namu.wiki/w/%EC%A0%9C5%ED%9A%8C%20%EC%A0%84%EA%B5%AD%EB%8F%99%EC%8B%9C%EC%A7%80%EB%B0%A9%EC%84%A0%EA%B1%B0#s-5.7 )

3. 숨은 조력자 1 : 보수 집단
제주도가 이번도 그렇지만 원래 당보단 인물을 우선으로 보고 당을 찍으면 더민주보단 새누리당에 그나마 힘을 실어주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17대 이후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계속 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총선이 4.3을 끼고 있단 점이겠죠. 강창일 후보나 오영훈 후보나 다 역사학자나 4.3관련 직책을 맡고 있단점만 봐도 제주도민에게 4.3이슈는 무심한듯하면서 크게 관심같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후보자들도 그것을 알아서 여야 할것 없이 4.3 앞에서는 납작 엎드리고요. 근데 이런거 무시하는게 바로 소위 보수 집단들이죠. 이번 총선에서도 4.3 전후해서 4.3 재조사가 이뤄줘야 한다고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재조사 좋죠. 촌에가면 아직도 몇몇 사람들에 관한 증언들이 서로 갈리기에 이런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면 재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근데 보수 집단에서 저리 떠들면 옳은 주장이라도 곱게 안보여요. 기본적으로 4.3은 내부에 빨갱이가 있었든지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제주도민들이 피해자였고 정부가 가해자였습니다. 근데 정부 주도로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를 '보수 집단'이 하게 되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표 깍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에는 보수 집단들은 새누리당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총선때는 4.3가지고 논란 일으키지 마시길...

4. 숨은 조력자 2 : 정부
서귀포 강정마을 이슈는 도민들 사이에서도 반반으로 나뉩니다. 최근에는 군항이 거의 다 지어졌기에 제주해군기지를 찬성한다는 여론이 더 높았을거에요. 근데 그렇다고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권 청구는 너무했다고 봅니다.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76267 ) 구상권 34억에 벌금 3억, 천막 철거비 9000여만원 등등 이런 비용들을 청구한다는것은 강정주민들 보고 이거 죽으란 소리를 돌려 말한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서귀포 1석을 결정지은 결정적 한 수는 정부가 던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1+2+3+4. 이러고도 제주도 의석 챙기고 싶었냐!
종합하자면 새누리는 부상일이란 인물 빼곤 다른 두 지역에서 나은 인물을 공천하지도 못했으면서, 덩치만 크면서 제 역할 못하는 선대위를 꾸렸고, 4.3이란 역린을 아주 쑤셔놨으며, 행정집행을 위해선 마을 공동체 하나 날려먹어도 상관없단 마인드로 이번 총선을 임했습니다. 솔직히 전 반새누리 성향이지만 이번 총선에 제주 을 지역 부상일 후보가 의원이 되었어도 괜찮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와서 이야기하자면 제주 을에서 인물만 봤을땐 제가 생각하는 후보 순위는 부상일 후보 > 오수용 후보 > 오영훈 후보 이렇게 되죠. 근데 아직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제주도에 깃발 꽂을 준비가 안되었다는걸 지 스스로 증명하였습니다.

더민주도 방심하면 안되겠죠. 이번 총선은 여론조사 때문인지 몰라도 꽤나 쉽지 않아 보였고, 실제로 제주 을은 여러차례 강조하지만 새누리당이 먹을 뻔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교차투표가 제주도에서도 꽤나 있었고요.(저도 지역은 2번 비례는 4번 찍었습니다.) 제주란 지역의 특성이 총선에서 더민주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면 대선이나 지선에서는 다른 계산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됩니다. 비록 1% 지역이지만 그래도 그 1%지역에서 3석을 이번에도 밀어줬으니 이에 대한 답이 있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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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다누나야
16/04/14 16:42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새누리는 제주에 뭐 큰 미련 없었을거 같긴 합니다. 1석 되면 좋고...아니면 말고. 원희룡이라는 OP카드가 있어서 지선은 문제 없다. 뭐 이런 느낌이죠.
하루빨리
16/04/14 17:10
수정 아이콘
원희룡 도지사야 일 잘하기는 해도 OP까지야... 이번 총선으로 오히러 측근들 다 날려먹었는데요.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76650

원희룡 도지사 입장에선 이번 총선에서 제주시 을은 먹었어야 했습니다. 그러지 못했으니 많이 난감할거에요.
16/04/14 16:53
수정 아이콘
구상권 청구라니 강정마을 분들 상심이 크시겠어요ㅜㅜ
16/04/14 16:55
수정 아이콘
제주를 석권하기는 했지만 정말 신승이었죠. 앞으로 더민주가 잘해나가길 바랍니다.
16/04/14 16:56
수정 아이콘
양치석을 지지했었는데 재산누락신고랑 이것저것 헛발질 하는거 보고는 마음이 바뀌더군요
이번엔 좀 새누리로 바뀌나 싶었는데 결국 올 더민당의 승리였습니다.
을 지역구 같은 경우에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보면서 정말 흥미진지했네요
하루빨리
16/04/14 16:57
수정 아이콘
저도 을 지역구 보느라 오늘 새벽까지 개표상황을 봤었죠. 흐
happyend
16/04/14 17:08
수정 아이콘
제주도는 외지인 유입인구에 의한 인구교체비율이 2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표심도 중요변수였을 듯 합니다
하루빨리
16/04/14 17:14
수정 아이콘
변수 맞습니다. 전국적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인구들은 대부분 주거 환경때문에, 생활 때문에, 기타 경제적 상황 때문에 야권에게 유리했다는게 이번 전국 판세 분석이였으니깐요.
16/04/14 17:12
수정 아이콘
하루빨리님 덕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제주도 지역의 선거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새누리의 선전을 예상하셨던 것 같은데 본문에서 말씀하신 흐름에 따라 역전하는 모습이 정말 짜릿했네요. 감사합니다 :)
Camomile
16/04/14 17:33
수정 아이콘
저는 오영훈 후보가 서귀포 출신에 서귀고 졸업 이라길래 불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원들은 다 자기동네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럴거면 제주시 출신에 제주도당 대변인 경력이 있는 장하나를 섭외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구요.

그리고 제주 신공항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나요??
강창일이 조기 착공을 공약으로 걸었다는 말 외에는 관련된 얘기를 못들었어요.
하루빨리
16/04/14 17:40
수정 아이콘
제주 신공항은 이슈가 못되었습니다. 짓는것 자체가 거의 기정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이 공항이 진짜 필요한건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특히나 공항 시설이란게 확실히 님비시설입니다. 권역에서 필요해도 지역에서 반대하게 되어 있죠. 성산읍이 난리 치는것도 그렇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엔 조기 착공보단 좀 더 길게 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16/04/15 12:4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4.3 근처에 총선이 있다는게 새누리 입장에서는 참 뼈아프겠네요. 크크크크

평소 제주도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쉽게쉽게 읽히네요. 덕분에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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