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지? 오른쪽에서 달리던 2 전대 전사 둘이 갑자기 몸을 돌려 멀어져 간다.
" 위잉- 목표 지점 수정. 이동하라. 반복한다. 적의 존재는 무시하고 새로운 목표 지점까지 그대로 이동하라 "
아, 2 전대는 지역 확보 공격 명령을 받고 있었나 보군. 오버마인드의 자식을 발견했던 게 틀림없어. 그런데 사령관은 왜 같은 명령을? 급박한 상황에서 전사들이 아둔을 반복하듯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가 필요했던 걸까? 옥타리스가 다시 몸을 돌린 전사들에게 말을 건다.
" 종류, 수, 방향, 반응은? "
" 히드라와 저글링. 하나씩. 반대 방향. 그들도 우리의 존재를 무시했다. "
전부가 아니다! 그 정도의 소수로 공격할 리가 없다. 전체 규모를 확인하지 않고도 후속 전사들만으로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사령관은.
초조해진 마음은 회군하고 있지만 몸은 여전히 작전 지역을 향한다. 공포, 분노, 절망은 아직 나의 것이지만 최초의 전사선서 때 지휘파장과 동조시킨 팔다리의 반응 통제 신경은 그 파장으로 전해지는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 우리는 명백한 이동 명령을 받았으니 어차피 본진의 방어전은 이제 온전히 다른 전사들의 몫. 우리 선발대는 이대로..
" 사령관! 계곡 입구에 저글링 열 둘과 히드라 둘이 있다. 목표 지점까지 접근할 통로가 없다. "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사령관, 어서!
" 위잉- 목표는 저글링 대열 한가운데. 지역 확보 명령 발효 "
히드라의 등뼈 조각을 뒤집어쓰며 당황하던 선두 전사는 눈 앞까지 달려든 저글링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아슬아슬한 순간에 사이언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세르무스는 그 바로 다음, 1 전대 신참들 셋이 좌우로 갈라서고 나와 옥타리스는 왼쪽으로 달린다. 2 전대 둘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안 돼! 오른쪽 끝은 저글링 넷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자리야! 사령관, 빨리 그들에게 우회 기동 지시를 내려 줘, 사령관! 하지만 지휘 링크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마치 그들의 고향인 챠의 달빛을 뒤집어쓴 듯 탁한 적갈색을 띤 사촌들을 향해 난 절규를 휘두른다. 한 번, 두 번, 세.. 그러나 세 번 째 검을 받은 것은 옥타리스를 공격하던 저글링이다. 또 다시 싱글거리는 옥타리스.
" 하- 사이언 검이 길어졌어. 기막히게 시간을 맞췄는 걸. "
그렇지 않아, 옥타리스. 이미 한 발 늦은 거야. 갑자기 머리를 두드리는 이 흔들림.. 또다른 진동.. 두 곳에서, 또 한 곳에서, 잦아드는 사이언 신호와 함께 눈이 흐려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난 명령 채널만 남기고 모든 링크를 끊어버리며 다음 목표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역시.. 2 전대의 세 전사가 모두 보이지 않는다..
살기어린 사이언에너지의 공명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늘 침착하던 세르무스마저도 광기어린 몸짓. 아니, 광기는 내 눈 속에 있는 것일지도..
미치듯이 일제히 쇄도하는 전사들을 향해 고립된 히드라들은 등뼈를 곧추세우며 반격 태세를 갖춘다. 세르무스의 사이언 검이 앞선 히드라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찰나, 몸을 둥글게 말며 피해버린다? 정지 상태에서 회피 동작을?
" 변태한다! "
" 위잉- 세르무스, 옥타리스, 마르시안, 우플라이는 첫 번 째 에그를 공격한다. 올레하피와 스테이스는 두 번 째 에그로 "
이 질긴 표피! 섬광을 튀기며 온힘으로 검을 찔러넣어도 작은 흠집들만 남을 뿐이다. 그래도 변태를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시작했으니 처음의 에그는 깨뜨릴 수 있다. "퍼-엉" 진액과 함께 덜 자란 러커의 촉수 달린 등딱지가 흘러나온다. 두려워할 것 없어, 신참. 오버마인드의 링크가 끊어진 지금 저건 단지 별난 단백질 덩어리일 뿐이라구. 투덜거리지 말고 자네 뒤의 에그나 어서 공격하게나. 알았어, 알았다구. 이젠 자네도 베테랑이니 이름을 불러주지, 우플라이.
에그는 너무 작다. 이제 막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모습에 피가 거꾸로 솟지만 나와 세르무스가 다가설 공간이 없다.
“ 위잉- 올레하피, 스테이스, 우플라이, 옥타리스는 한 발 씩 물러난다. 위치 유지 명령 발효. 세르무스와 마르시안도 한 발 거리로 에그에 접근, 위치 유지 ”
아니 왜 공격을 멈추는 거야, 시간이 없다구!
“ 놀랍군. 완벽한 침착함과 정교함이다. 이 정도일 줄은.. ”
세르무스 지금 무슨 말인가? 누구? 사령관?
“ 오버마인드가 눈치챌 수 있을까? 흠, 아니군. 시작된다, 모두 준비. ”
표피가 터진다! 순식간에 몸을 펼치는 거대한 러커. 위치만 파악되면 1:1 로도 두렵지 않지만 저 거체의 돌연변이가 땅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우린 끝이다. 제발, 어서 공격 명령을..
!! 이것이었군. 정확하게 팔닿을 거리까지 러커가 펼쳐진다.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몸이 반응한다. 여섯 방향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눈부신 사이언 검무! 단 두 차례의 검무에 미처 다른 동작을 취할 틈도 없이 러커가 허물어진다.
“ 아이우를 위해-! ”
우렁찬 아둔의 함성이 피투성이의 좁은 계곡을 두드려댄다.
“ 알겠나, 마르시안. 에그는 러커보다 훨씬 작지. 공격 도중 러커가 깨어나면 몸이 펼쳐지는 서슬에 공격전열이 흐트러지고 빈틈으로 도주를 허용할 수도 있네. 설사 재포위에 성공하더라도 네 전사가 공격해서 소멸시키려면 세 차례의 협격이 필요하지. 마지막 저글링을 쓰러뜨리기 위해 세 번의 공격이 필요했던 걸 기억하나? 그러나 여섯의 원진이면 단 두 번, 회피할 공간도 버로우할 틈도 없네. 변태가 시작되는 순간에 사령관은 모든 걸 계산했고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지시를 내린거야. ”
그래. 늦었지만 나도 러커가 펼쳐지는 순간에 깨달았네. 설혹 이해 못했더라도 나 또한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일세. 그런데 자넨 왜 내게 설명하려 하지? 늘 과묵하던 자네가? 희미한 미소? 세르무스?
“ 그래, 그랬을 것 같았네. 난 그저.. 계속 투덜거려주길 바라네, 마르시안. 피지아트도 그랬네. ”
세르무스 그게 무슨?
“ 위잉- 호출부호를 다시 부여한다. 질럿 전사단 전체에게 9번, 세르무스 1, 옥타리스 2, 마르시안 3, 스테이스 4, 올레하피5, 우플라이 6, 타르타니스 7, 캐노피린 8이다. 7,8은 즉시 9조의 위치까지 이동하고 9조는 후퇴형 반원대형을 구성해서 첫 번 째 공격을 받을 때까지 전진한다 ”
캐노피린이 왔구나! 그래, 옥타리스 자네는 타르타니스를 만나게 되어 반갑겠지. 응? 세르무스, 왜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 마르시안, 모르겠나? ”
- (3)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